무역통상뉴스

  1. 알림광장
  2. 무역통상뉴스
제목 ‘코스프레 성지(聖地)’의 탄생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17-11-16
조회수 54
내용 ≪저출산‧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일본의 학령기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폐교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매년 400~500개의 공립학교가 없어지고 이 중 70%만 사회교육시설·노인복지시설·아동복지시설 등으로 활용될 뿐 나머지는 활용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폐교 활용 촉진을 위해 여러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이동준 후쿠오카한국교육원 행정실장이 성공적인 폐교 활용으로 평가받는 ‘쿠라테 학원’ 사례를 KOTRA를 통해 알려왔다.≫

쿠라테마치는 35.58㎢의 면적에 약 1만5000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곳은 한때 석탄산업이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자동차 관련 공장 및 농·축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특히 젊은 여성인구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2014년 한 민간 연구기관이 후쿠오카현의 지방자치단체 중 ‘소멸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로 이 마을을 언급했고 이 때문에 인근의 노가타시와의 합병이 논의됐다가 부결된 이후에도 무나카타시, 미야와키시, 온가마치 등 인접 도시와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학생 인구도 계속 줄어들어 2015년 3월에는 쿠라테미나미중학교가 없어졌다. 폐교 당시 학생 수는 약 100명이었다. 관할 부서인 쿠라테마치 교육위원회와 쿠라테마치 지역진흥과에서는 폐교 활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는데 대부분의 주민은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커뮤니티센터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들은 모두 지자체의 예산이 필요해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쿠라테마치 입장에서는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각종 이벤트 및 행사 경험이 풍부한 시게마츠 씨(현 쿠라테 학원 이사장, 54세)가 쿠라테마치 지역진흥과에 쿠라테미나미중학교에서 ‘코스프레(costume play, 만화나 게임 주인공을 모방하는 취미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지자체는 예산을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대신 학교시설 및 비품을 1년 단위로 무상 임대한다는 조건으로 이 제안을 수용했다. 쿠라테마치 지역진흥과와 시게마츠 씨를 중심으로 한 이벤트 기획 운영진은 내각부에서 개최한 ‘지역재생 아이디어 공모전’에 이같은 계획을 제출했고 2015년 11월 최종 선정돼 총 6750만 엔의 중앙정부 예산을 받아 학교시설을 정비하고 이벤트 개최를 위한 리모델링 및 비품 구입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합동회사를 발족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쿠라테 학원’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일탈행동’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 쿠라테 학원의 방침이다.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학교 곳곳에 코스프레를 위한 도구들이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옷이나 물건을 직접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도서관에는 만화책이 가득하고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연상케 하는 옛날 물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도 있다.

이벤트는 보통 주말에 여는데 입장료 1000엔만 내면 누구나 이 학교의 학생이 될 수 있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옷, 화장품, 각종 도구를 가지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옛 추억에 빠져든다. 매회 100~200명이 쿠라테 학원을 방문하는데 방문객의 80% 이상이 20대 여성이다. 지난 6월 이벤트에는 역대 최고인 250명이 방문해 생기를 잃고 시들어가던 쿠라테마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쿠라테 학원의 연간 운영비는 약 400만 엔이며 대부분은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으로 나간다. 지자체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의 입장료 및 매점 이용료, 자판기 수입, 사진첩 제작비, 코스프레 유니폼 및 도구 대여료 등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직원은 상근 2명과 비상근 3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코스프레 동호회 회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판매하는 빵, 도시락 등 각종 음식물은 모두 쿠라테마치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 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이벤트 초기에는 코스프레 문화에 생소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컸으나 지자체와 쿠라테 학원 운영진이 “학교시설에서만 진행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마을에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마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되면서 지금은 모두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일본 전국의 코스프레 동호회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코스프레 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쿠라테마치 지역진흥과 타테이시 과장은 “새로운 관광자원이 된 쿠라테 학원의 성공이 쿠라테마치의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일본 내 다른 지자체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학령기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폐교되는 학교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쿠라테 학원과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