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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는 지금] 슬로베니아를 통해 보는 유럽의 위기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18-06-08
조회수 86
내용

반이민 성향의 강경우파 야당 슬로베니아민주당의 야네즈 얀샤가 6월 3일(현지시간) 수도 류블랴나에서 부인과 함께 총선에 참여하고 있다. 【류블라냐=AP뉴시스】

 

경제 살린 총리 세라르 퇴진 후 극우정당 승리
중유럽의 반EU 전선에 슬로베니아도 합류하나

 

중부 유럽에서 반유럽연합(EU)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예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말할 것도 없으며, 폴란드와 체코 등이 포함된 ‘비셰그라드’ 그룹은 EU기금 최대 수혜자인데도 반EU 노선의 첨병에 서 있다. 유로존 탈퇴를 언급한 이탈리아와 최근 극우 반이민 정부가 들어선 오스트리아·헝가리도 합세했다. 이들 국가 사이에 낀 소국 ‘슬로베니아’도 이 반EU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 있다.


지난 6월 3일(현지 시각) 치러진 슬로베니아 총선에서 반이민 성향의 강경 우파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90명의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야네즈 얀샤 전 총리가 이끄는 SDS가 약 25%의 득표율로 1위를, 코미디언 출신 마르얀 세렉이 이끄는 반 기성체제 신생정당인 리스트당(LMS)이 약 12%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15일 물러난 미로 세라르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현대중앙당(SMC)은 물론 좌파당과 사민당이 각각 9%대의 고만고만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SDS는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어떤 정당도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얀샤 전 총리는 2004∼2008년, 2012∼2013년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한 인물이다. 얀샤 총리는 ‘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는 반이민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정치적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얀샤 총리는 이번 총선 유세에서 오르반 총리를 초청해 난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50만 명의 이민자들이 슬로베니아를 거쳐 다른 유럽국가들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200만 명의 소국인 슬로베니아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문제는 안 그래도 정정불안에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에서 영국의 탈퇴가 공식화된 이후, 유럽 내에서 반체제, 포퓰리즘, 반이민, 반세계화 등의 성향을 띠는 정당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총선에서 반이민 정당이 승리했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비셰그라드 그룹은 EU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수혜자지만 EU의 난민정책에 대해 가장 반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연정에도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동맹당이 참여했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세계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이탈리아의 탈퇴가 가시화될 경우 유로존에는 2011년 그리스 재정위기를 뛰어넘는 충격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집권 국민당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지난 6월 1일 의회의 불신임 투표가 통과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차기 총리는 라호이의 실각을 주도한 제1야당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가 맡게 됐다.


방송은 지난 6년 전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금융위기로 흔들렸던 EU의 결속이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정정불안으로 다시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난 3일 보도한 바 있다. 극우 반세계화 정당들이 집권한 헝가리와 폴란드가 EU와 대립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EU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슬로베니아서도 선거에서 승리한 극우 반세계화 세력이 혼란을 가속할 전망이다.


2017년 3월 미로 세라르 당시 총리가 로마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 참여한 모습. [사진=AP/뉴시스]


 ◇연정 성사 불투명…정국혼란 계속되나 = 비록 슬로베니아 총선이 끝났으나, 정국혼란은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의석을 차지한 주요 정당들이 모두 SDS와의 연정 구성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얀샤 전 총리가 또다시 총리직에 오르는 것은 힘들 것이 전망되고 있다.


얀샤 전 총리는 선거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SDS가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SDS는 슬로베니아의 미래가 필요로 하는 협력에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정당들은 일제히 얀샤 전 총리와는 연정을 구성하기를 거부했다.


반난민 정책을 내세워 SDS를 제1당 지위로 이끈 얀샤는 헝가리의 반난민 총리 빅토르 오르반의 주요 우방이다. 그는 동유럽 및 중부 유럽에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대거 유입된 데 따른 우익 포퓰리즘 확산에 힘입어 총선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다시 슬로베니아의 총리가 된다면 슬로베니아는 다시 EU 내에서 반이민 목소리를 높이게 될 전망이다.


2위를 차지한 LMS의 사렉은 얀샤 전 총리와 연정을 구성하는 것은 슬로베니아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LMS가 연정 구성 협상을 주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렉은 코미디언 출신으로 북서부 캄니크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지난해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한편 물러나는 세라르 총리는 “총선 결과는 현대중도당이 여전히 슬로베니아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우리는 현대적이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슬로베니아 건설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고 그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일으킨 총리, 철도사업 문제로 사임 = 본래 미로 세라르 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쇠락했던 슬로베니아 경제를 되살린 공을 인정받는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는 돌연 사임함으로써 예정보다 수주일 빨리 총선을 치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슬로베니아 대법원은 정부 최대의 철도사업에 대해 찬반을 묻는 지난해의 국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새 투표를 시행하라고 판결했다.


세라르 총리는 생방송으로 중계된 성명 발표에서 인구 200만 명의 소국인 슬로베니아의 경제불황을 타개한 자신의 중도 좌파 내각의 실적을 강조하면서 “내 임기 중 경제 위기는 종결되었고 슬로베니아는 2009년 이래 최악의 실업률에 시달려왔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그간 임금인상과 경제회복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항의시위와 파업에 시달려왔다. 거기에 정부가 지난해 9월 실시한 대규모 철도사업에 대한 국민투표에 대해 14일 대법원이 표결에 영향을 미칠만한 편파적인 선전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실시를 명령하자 세라르 총리가 사표를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그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지금 상황에서는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아드리아해 항구도시 코페르에서 이탈리아 국경 부근의 교통요지 디바카를 잇는 철도연장 공사에 대한 국민의 재승인을 희망했다.


그는 “이번 철도사업은 슬로베니아 발전을 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일부 세력은 슬로베니아의 발전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고소를 제기한 야당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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