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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는 지금] 인제 와서 ‘소프트 브렉시트’라니?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18-07-21
조회수 164
내용
메이 내각, 브렉시트 노선 갑작스러운 전환에 ‘혼란’
산업계·정치권 반응 엇갈려…EU·트럼프도 낯빛 달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소프트 브렉시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전제로 협상을 추진해왔던 영국 정치권에서는 파문이 일었다.

소프트 브렉시트는 EU에서 탈퇴하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은 소프트 브렉시트가 사실상 유럽에 백기 투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내각에서도 이 계획에 반대하는 2명의 장관이 사퇴했다.

그동안 영국은 EU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영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탈퇴를 추진해왔다. EU의 획일화된 규제 영역에 속해 있으면서 경제의 자율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무역 측면에서도 미국·중국·인도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어렵다는 이유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프트 브렉시트는 미래에 있을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죽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지난 7월 13일 메이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이후 양국 간 FTA 추진에 합의했다.

이처럼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영국의 EU 탈퇴를 두고 브렉시트 전략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 내 집안싸움이 격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발을 담그며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현지시각 13일 버킹엄셔의 체커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노선 변경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은 바 있으나, 이날 두 정상은 양국 간 무역협정 추진에 합의했다. (AP/뉴시스)

 ◇경제 부작용 최소화 위한 노력 = 메이 총리는 지난 5일 장관들에게 서신을 보내 “영국은 EU의 상품 규칙과 지속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며 “농식품 등을 포함해 모든 상품에 (EU와) 공동 규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메이 정부는 전략을 수정했다. 당장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에어버스, BMW, 재규어랜드로버 등 주요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영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브렉시트 백서’를 발간했다.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시행한 지 2년여 만에 최초로 내놓는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다. 98쪽에 달하는 백서에는 농산물 등 EU와 거래하는 모든 상품에 EU의 공통 규칙을 적용하고,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후에도 지속적인 조화를 이루는 방안 등이 담겼다.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탈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분명히 하는 방향이다.

본래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 EU 정상회의에 앞서 브렉시트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내각 내 의견 불일치로 일정을 미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6일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12시간 동안 이어진 각료회의 끝에 브렉시트 백서에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정계 ‘거센 반발’…산업계와는 온도차 = 기업들은 영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대한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런던 독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영국이 이제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브뤼셀과 우리나라 모두에 실용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스티븐 베이커 브렉시트부 차관이 사임하고 맨스필드 지역구 하원의원 벤 브래들리와 루이스 지역구 하원의원 마리아 콜필드 등 보수당 의원 2명이 당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수당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하원의원 모임인 유럽연구그룹(ERG)은 소프트 브렉시트의 일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RG가 의회에서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 정부가 추진하는 브렉시트 방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당 중진 이언 덩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과 보수당 내 주요 하드 브렉시트 파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존스 의원도 소프트 브렉시트에 불만을 표하고 나섰다. 심지어는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재고하지 않으면 의원들의 줄사퇴 또는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프트 브렉시트 반대파들은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U가 영국의 ‘체리 피킹’을 금지하는 만큼, 관세동맹에서 빠져나가면서도 EU 단일시장 접근권은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영국의 입장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U의 한 관계자는 가디언에 “영국의 상품 단일시장에 대한 제안은 EU의 규칙을 훼손하는 특별한 대우의 한 형태”라면서 “단일시장에서 이러한 유연성을 허용한다면 건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후에도 상품 규제 체계를 EU와 동일하게 유지(common rule book)하려는 자신의 계획에 반대해온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제출한 수정 관세법안을 16일 수용했다.

한편으로 이튿날 영국 의회는 친EU파 의원들이 제출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관세동맹을 유지하려는 법안을 찬성 301대 반대 307의 근소한 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영국이 EU와의 자유무역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관세동맹에 합류하도록 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법안이었다.

하드 브렉시트도, 소프트 브렉시트도 하지 못하고 있는 영국에서 이날 보여준 의회의 근소한 표 차이와 집권 보수당 내 반란표는 여전히 메이 총리 정부가 추진하는 브렉시트의 앞날이 여전히 험난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영국이 EU와의 협상을 담당할 주무 장관을 교체하는 바람에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무장관은 11일 와의 인터뷰에서 두 명의 장관이 사임한 뒤 브렉시트 합의의 가능성이 약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헤이그 전 장관은 “EU는 영국이 단합돼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메이 정부)은 자신을 스스로 실패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와 영국은 오는 10월까지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합의안은 유럽의회의 표결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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