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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는 지금] 아베노믹스는 “오겡끼데스까?”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18-04-20
조회수 119
내용 아베 총리, 비리스캔들로 입지 ‘휘청’… 연임 전망 어두워
핵심 경제정책 타격 불가피… 출구전략 시점 고민 깊어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그 내각의 지지율이 폭락함에 따라 2015년부터 ‘2기’를 선언한 아베노믹스의 마무리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31.9%까지 떨어졌다. <니혼TV>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26.7%로, 201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모리토모 및 가케 학원 스캔들로 촉발된 아베의 정치적 위기가 올해 들어 문서조작과 말맞추기, 자위대 문서 은폐 등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점입가경에 들어선 탓이다.

작년 2월 처음 모리토모 부정 의혹이 보도됐을 때, 아베 총리는 “자신과 아내가 관련이 있다면 총리대신과 국회의원을 그만두겠다”고 언명했다. 그는 모리토모 스캔들을 감추기 위한 문서조작과 말맞추기 정황이 폭로되면서 결국 지난달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으나,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부인하는 자세를 보였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6월 총리직에서 떠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올 가을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모리토모 게이트 앞의 아베노믹스 = 작년 2월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2016년 6월 오사카(大阪)의 국유지를 사학재단 모리토모 학원에 감정가보다 약 8억1900만 엔(약 80억 원)이나 할인된 1억3400만 엔에 매각했다. 그나마도 국비로 지원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다.

여기에 해당 대지에 건설 중인 초등학교에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아베 부부가 이 학원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번졌다. 특히 아베 총리의 친구가 운영하는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승인에 ‘총리 안건’이란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학비리 스캔들은 규모를 더욱 키웠다.

올해 3월 들어서는 <아사히>에서 모리토모학원 비리를 무마하기 위해 재무성에서 공문서를 조작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직원이 조작을 시인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자 재무성은 결국 문서조작과 말맞추기를 인정했지만, 아베 총리도 아소 다로 재무상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위대의 이라크 및 남수단 파병과 관련해서도 문서조작과 은폐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한국의 촛불집회를 모방한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야당은 한목소리로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모리토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아베 총리는 북한의 안보 위협을 견제하면서 다시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재팬 패싱’ 논란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장기집권하려던 ‘스트롱맨’의 꿈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르며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재무성 문서 조작 의록과 관련한 공문서 관리 방식 등을 둘러싼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그는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모리토모 스캔들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눈을 비비고 있는 아베 총리. (사진=AP/뉴시스)

그러나 일본 정가를 뒤흔드는 일련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핵심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도 흔들림 없이 계속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내각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유임시켜 이달부터 새 임기를 시작하게 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2년 출범한 1차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금융정책 부분을 담당한다. 차원이 다른 규모의 양적 완화를 통해 엔저를 유지하고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수요가 보장되는 기축통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정책이다.

구로다 총재 체재 하에서 일본은행은 외국인 자본을 밀어내고 일본 증시 최고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마이너스 금리와 장단기 금리 조작도 도입했다. 일은의 국채 보유 비율도 400조 엔에 달하게 됐다. 그만큼 부작용이 우려되면서 일본은행이 슬슬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유임한 구로다 총재는 기존 아베노믹스 정책을 그대로 이행할 것임을 밝혔다.

 ◇위기의 아베노믹스, ‘경착륙’하나 = 이처럼 구로다 총재가 완화적 금융정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애초 공언했던 물가목표 2% 달성이 아직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일본의 근원소비자물가지수가 1.0%에 달하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는 목표인 2%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가목표 미달의 원인을 경제 구조에서 찾고 있다. 일본 정부가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임금 상승을 독려하는 한편 소비세를 올리려 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국민의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아 소비가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노동시장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매우 양호하다. 올해 임금인상인 ‘춘투’에서는 평균 임금 인상률이 2.41%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이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월 기준 실업률이 2.5%에 불과한 현재 일본 경제는 ‘완전고용’ 상태로 일컬어지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일본 젊은이들 대다수가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 이는 아베 정권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시장의 모습이 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 때문에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반면, 연간 출생아 수는 94만 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 1억2000만 명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소자녀 고령화 현상 때문에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일손이 귀해졌다.

오히려 기업 측에서 구직자를 확보하지 못해 흑자 도산을 맞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일손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랐던 것이 완전고용의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오늘날 일본 경제는 분명 플러스 성장 중이다. 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1.2%다.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디플레이션에서도 탈출했으며, 주가는 거품경제 시대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엔저로 인해 수출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가 우려의 시선을 사며 더러는 ‘실패’했다는 평가마저 받는 이유는 그 그늘 또한 짙기 때문이다.

설령 아베 총리가 이번 모리토모 스캔들을 어찌어찌 무마한다 해도,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일본 정부가 GDP의 2배가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데도 흑자재정이 요원하다는 현실은 여전히 일본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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