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계는 지금] 환율전쟁서 ‘베트남’ 정조준한 미국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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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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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10-16
조회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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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미국 환율 조치, 중국만을 겨냥한 것 아냐” 환율상승·대미무역흑자 겹치는 나라 ‘위험’
지난 10월 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베트남의 환율조작과 목재 분야 불공정 무역 조치에 대해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출범 이래 환율 문제에서는 줄곧 중국을 최우선으로 겨냥해 왔던 트럼프 행정부였으나,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급상승하며 다른 나라로 활시위를 돌린 셈이다.
USTR은 홈페이지 게재 성명에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베트남의 무역행위, 정책 및 관행을 조사할 것”이라면서 “베트남의 통화가치 평가절하 여부 및 환율 문제와 관련해 미 재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역법 301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무역 전쟁 때 활용해 온 수단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 농민, 목장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싸우는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불공정 통화 관행은 통화 저평가로 인해 인위적으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베트남 상품과 경쟁하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래전부터 베트남을 잠재적 환율조작국으로 간주해왔다. 지난 1월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감시 대상에 올라간 10개국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8월 미 재무부는 미 상무부에 2019년 베트남 통화가 정부 개입으로 달러 대비 4.7%가량 저평가됐다고 통보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베트남 중앙은행이 220억 달러 규모의 외화자산 매입으로 고의적인 환율 하락을 유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쩐 투안 안 베트남 통상장관은 이를 부인하면서 베트남은 단순히 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했을 뿐이고 그 정책들은 수출의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베트남 조치는 무역적자 알레르기” = 미국의 무역상대국에 대한 환율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80년대의 ‘플라자 합의’가 그랬고 최근의 환율조작국 보고서 발행이 그렇듯,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무역에서 불리한 환율 수준을 교정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 꾸준히 압박을 넣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바로 ‘상품무역 적자’ 여부다. 상품무역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구실로 환율압박을 넣어온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위안화 환율이 급락하자 이번에는 대미수출이 급증한 베트남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베트남의 올해 대미 무역흑자는 중국, 멕시코, 스위스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383억 달러에서 2018년 394억 달러에서 지난해 557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지 매체 <더 디플로맷>은 이를 보도하며 “베트남에 곧 내려질 이 조치는 대미 무역흑자, 즉 미국에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하기보다 수출하는 국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업주의적인 알레르기에서 비롯된다”고 평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우리나라도 언제 미국의 환율압박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유다.
●“대베트남 무역적자, 미중 무역 전쟁이 부풀려” = 일각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베트남 조치를 비판하면서 베트남의 무역흑자 급증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 조치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지의 기업들은 매력적인 ‘포스트 차이나’ 대체생산지로 베트남을 선택했고, 이것이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더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 매체는 미 당국이 베트남을 정조준하면서, 중국에서 철수하려던 기업들의 새로운 피난처가 타격을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그간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지만,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했던 301조 무역법을 동원하면서 베트남이 앞으로 그 수혜를 계속 누릴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정부의 목표가 단순히 중국을 벌하고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지배력을 와해하는 것이라면, 기업들의 베트남 이전은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일일 것이라고 이 매체는 꼬집었다.
매체에서는 미 행정부가 대베트남 무역적자 증가의 원인을 통화 저평가에 두면서도 해결법을 관세에서 찾는다는 점도 비판했다. 환율조작과 국제금융정책 문제는 재무부 소관인데 USTR에서, 하필이면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환율조작 의혹 조사에 나선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금융정책에 대한 조사라는 허울 좋은 가면에 가려져 있으나 실상은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아시아의 값싼 노동력과 제조 능력을 이용하려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도 비판했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미국의 수입 관세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미국 자신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또 “공장을 본국으로 이전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끝까지 해볼 작정인 듯하다”며 “한 달 후면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혹여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기업들은 단단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만약 이번 조사를 통해 미국이 베트남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관세 조치가 승인되기까지 조사 완료·대중 의견 수렴·보고서 작성 등에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과거 중국에 대한 조사의 경우 보고서 완성까지 반년 이상이 소요됐고, 관세 발효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베트남에 대한 관세 부과 추진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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