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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트럼프 캠프는 ‘화폐전쟁’ 준비 중?… 강달러 제동 거나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24-04-17
조회수 6
내용

 

 


전 USTR 대표, 미국 무역적자 축소 위해 인위적인 달러화 약세 모색
‘플라자 합의’ 재현되나… 재계·산업계는 물론 공화당 내부서도 우려
전문가 “통화 가치 절하, 바닥 향한 경쟁… 거기서 이기는 것 불가능”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고문들이 달러 가치를 절하해 미국 수출을 촉진시키고 무역 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출신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잠재적인 재무장관 후보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그 주역이다.

4월 15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로버트 라이시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정책 고문들과 함께 이러한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타국에 자국의 통화가치를 변경하도록 압박해 의도적으로 미국 달러 가치를 절하함으로써 달러 약세가 국제 시장에서 미국의 수출 가격을 낮추고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겠다는 이야기다. 한 소식통은 “(고평가된 달러가) 무역 적자에 기여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2기 일부 인사에겐 통화 재평가가 잠재적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시저 전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세 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힘썼으나 미국은 여전히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한편으로는 인위적인 달러 약세가 수입품의 소비자 물가 급등과 타국의 보복을 유발하고, 러시아와 이란 등 적대국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 역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가나 대형 소매유통업계는 물론 워싱턴의 지지층 등에서도 강한 반대가 나올 전망이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달러화 약세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으며, 유통업계는 달러 약세로 미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매출 또한 줄어들 것이 걱정이다. 공화당의 국가안보 강경파들은 달러 약세로 인해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 실효성은 사실상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좌우되기 마련인데, 만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제제재 조치에 다른 통화를 쓰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결국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국에 대한 자산동결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달러 제재를 우회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에 의해 중국 위안화의 국제무역 결제 비중은 높아진 바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한 관료는 폴리티코에 미 달러 가치 절하 문제를 둘러싸고 무역적자 감축과 제재조치의 실효성이라는 2가지 목적이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1세기의 플라자 합의 꿈꾸는 라이시저 = 나아가, 미 정부가 환시장에 공격적으로 개입할 경우 새로운 무역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화폐전쟁’이다.

이론상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적 관세 부과처럼 일괄 관세 부과 정책을 펴는 방식으로도 타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

하지만 라이시저 전 대표가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플라자 합의(Plaza Accords)’처럼, 복수의 외국 정부들과 일괄타결(grand-bargain) 방식으로 환율 관련 합의를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자 합의는 지난 1985년 레이건 정부가 일본 및 유럽 주요국들과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프랑스·독일·일본·영국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과 모여 미국 달러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절하하기로 합의한 것을 일컫는다. 당시 이 합의는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고,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본에 ‘잃어버린 10년’을 제공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학자들은 플라자협정과 같은 다자간 일괄합의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방식들은 나름의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상대국들이 금리 인상이나 관세 부과, 혹은 국내 보조금 지원을 통해 얼마든지 미국의 달러화 가치 약화 노력을 무효화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무역적자 감축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경제 자문들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학 재무학과 교수는 이러한 방식들의 최대 결점은 “중상주의 정책을 시행하기로 작정한 국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결국은 편법을 쓰지 않는 국가가 피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라이시저 전 대표는 트럼프 경제 고문인 피터 나바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자주 통화 평가절하 문제를 제기했다고 이 논의에 정통한 전직 행정부 관리가 말했다. 그러나 라이시저와 나바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같은 월가의 동맹 관계자들의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고도 소식통은 덧붙였다.

라이시저 전 대표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자유무역은 없다’에서 달러가 고평가된 게 분명하다며, 미국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소식통들은 이러한 기조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며, 선거 전후 변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소식통은 다른 사람이 장관이 될 경우 달러 가치 평가 절하로 무역적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라이시저 전 대표도 일방적이거나 관세 위협을 동원해 외국과 협상을 벌여 달러를 약화시키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이 수출품을 더 싸게 만들고 세계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부당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환율조작국 지정은 트럼프가 이미 중국 경제에 관세를 부과한 후에 이루어졌고, 그의 백악관은 라이시저가 오늘날 고려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정책으로 통화 불균형을 해결하는 조치를 더 이상 취하지 않았다. 뒤이어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지속하지 않았다.

제이크 콜빈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폴리티코에 “질서 있고 지속적인 평가절하가 미국 기업에 미칠 궁극적 영향은 불확실하다”며 “달러 약세를 추구하면 글로벌 통화 인플레이션과 무역 전쟁 등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화폐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는? = 최근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달러 가치 절하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조지 메이슨 대학 수석연구원인 크리스틴 맥다니엘은 포브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 수출을 위한 달러 통화가치 절하가 효과적이지 못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로 미국이 달러를 약세화해도 다른 나라들은 쉽게 그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국가에서는 금리를 낮추거나 관세를 부과하거나, 국내 생산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자국 통화를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이다. 미국이 더 저렴한 수출 측면에서 평가절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대적으로 더 비싸진 수입품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는 미국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부는 국내 제품 및 서비스 생산에, 다른 일부는 증강 및 재수출되는 제조에 들어간다. 따라서 미국 소비자와 기업은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에 직면하게 되거나, 미국 수출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또는 둘 다 조금씩 그렇게 될 것이다.

셋째로 어떤 국가가 자국 통화가 강세를 띠지 않기를 바란다는 신호를 보낼 때, 또는 라이트하이저가 경쟁력과 관련된 이유로 미국 달러를 낭비한다면, 모든 미국인 주택 소유자와 모든 미국 기업의 차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맥다니엘 수석연구원은 “통화 가치 하락은 무역 적자를 줄이는 매력적인 방법으로 들릴 수 있다”면서 “다른 모든 요인이 동일하다면 미국 달러의 약세는 미국의 수출을 더 싸게 만들고, 수입을 더 비싸게 만들며, 잠재적으로 무역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다른 모든 요인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며,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의도한 것과 반대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보다 지속가능하게 줄일 수 있는 길로 국내외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재정 지출 감소, 주요 무역 상대국의 소비자 지향적 성장, 미국 가계 저축률 증가, 미국 수출, 특히 서비스 수출에 대한 해외 시장 개방이 포함된다. 그는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인들을 더 악화시킬 것이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맥다니엘 수석연구원은 “통화 가치 절하는 바닥을 향한 경쟁이며 거기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단기적으로는 히트를 치겠지만 몇 달 안에 페널티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환율이 일반적인 (경제) 펀더멘털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평가절하는 한 국가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이는 경제학자들이 잘 알고 있는 게임”이라고 주지했다.

 

▲ [워싱턴=AP/뉴시스] 라이시저 전 대표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자유무역은 없다’에서 달러가 고평가된 게 분명하다며, 미국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진은 로버트 라이시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020년 6월 17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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