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통상뉴스

  1. 알림광장
  2. 무역통상뉴스
제목 미중 반도체 전쟁 ‘어부지리’ 꿈꾸는 말레이시아·인도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24-05-02
조회수 28
내용

 

최근 미중 기술패권 전쟁이 고조되면서 중국을 대체할 아시아의 반도체 대량생산 공장 자리를 놓고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적극적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과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중 갈등을 기회로 보고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선 점은 같지만, 두 국가의 산업육성 방향은 대조적이다. 반도체 후공정 부문의 강자인 말레이시아는 설계 부문으로 발을 뻗었고, 설계 강국인 인도는 국내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후공정 강국 말레이시아, 동남아 최대 설계단지 발표 =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를 미중 반도체 전쟁의 깜짝 승자로 소개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가 숙련된 노동력과 낮은 운영비를 내세워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가운데 미중 반도체 전쟁 여파로 중국 업체들까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제조 공급망의 패키징, 조립, 테스트 등 부문에서 50년의 역사가 있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말레이시아의 점유율은 20%에 달하는데, 이는 대만과 일본, 한국보다 많은 수준이라고도 매체는 짚었다. 말레이시아 투자진흥청(MIDA)은 지난 3월 18일 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의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조립 및 테스트 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13% 정도라고 밝혔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는 인텔, 마이크론, AMS오스람, 인피니온, AMD, 르네사스, 키사이트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페낭 주정부의 경우 지난해에만 128억 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는데, 이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더한 금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미 반도체기업 인텔은 2021년 2월 말레이시아에 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 건설에 나섰다며 올해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첫 해외 생산시설은 1972년 160만 달러를 투자해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주에 설립한 조립공장이었으며, 인텔은 이후 말레이시아에 테스트 시설과 개발 및 디자인센터를 추가로 설립했다.

 

독일 인피니온도 대규모 시설 확장에 나섰다. 인피니온은 2022년 7월 페낭에 인접한 쿨림 지역에 3번째 웨이퍼 제조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으며,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주요 협력업체인 뉴웨이즈는 지난달 서쪽 해안지역 클랑에 새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파운드리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도 지난해 9월 페낭에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생산공장 운영을 위한 허브 즉, 중앙통제센터를 열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산업 글로벌 공급망의 설계 부문까지 파고들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1월 국가 반도체 전략 태스크포스를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 4월 22일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반도체 설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비자 수수료 면제 등 글로벌 기술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말레이시아 중부 셀랑고르에 조성될 예정인 이 반도체 설계단지에는 일본계 영국기업 Arm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 또한 포함되어 있다. 

 

페낭 출신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며, 말레이시아 역사에서 새 출발을 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벤처캐피털 인시그니아 벤처스 파트너스의 잉란 탄 파운딩 매니징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산업에 관해 “포장, 조립, 테스트 분야의 숙련된 노동력과 낮은 운영비용 등 장점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외국기업들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설계 강국 인도, 제조역량 육성에 소매 걷어붙여 = 한편으로는 인도 또한 ‘경제안보’를 내세우며 미중 반도체 전쟁 가운데 중국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도는 반도체 설계·디자인 강국으로 전 세계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의 2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인도 내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 인도가 이제는 디자인이 아닌 생산 분야로도 손을 뻗고 있다.

 

인도에서는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현지 산업계 추산에 따르면 인도 내 반도체 수요는 2021년 227억 달러에서 2026년 641억 달러, 2030년 11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에서 약 45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인도 반도체 연구기관은 2024년 2월 약 1600명의 전문가를 수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 센터를 열었다. 인도 내 고용 인력이 9800여 명에 달하는 AMD는 인도에 향후 5년간 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2023년 11월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 디자인센터를 인도에 개관했다. 

 

인도에서 1만70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퀄컴은 2024년 인도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2024년 3월 반도체 엔지니어 등 기술자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디자인센터를 개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디자인 역량 대비 상용 생산역량이 미미한 탓에 인도는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의 반도체 수입이 2014년 이후 연평균 34.4% 증가하며 2023년 기준 210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년 4월 현재 인도에는 화합물 반도체 공장 세 개, 회로 선폭 길이 180nm 상보성 금속 산화 반도체(CMOS) 공장 한 개, 반도체 후공정(ATMP·OSAT) 공장 두 개가 있지만, 모두 생산역량이 현지 수요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인도정부의 반도체 산업 보조금 제도 발표 이후 다수의 기업이 팹 및 후공정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계획을 제안했으며, 2024년 4월 기준으로 정부 승인을 받은 총 4건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인도정부는 2023년 6월 마이크론의 반도체 후공정 공장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2023년 9월 공장 건설이 시작돼 2024년 말에 완료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27억5000만 달러에 달하며, 향후 5년간 5000명의 직접고용과 1만5000명의 간접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인도정부는 1건의 반도체 팹 프로젝트, 2건의 후공정 공장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2024년 6월 전후로 공장 건설이 시작될 예정이며, 전체 투자 규모는 160억 달러에 달하고 2만 명의 직접고용 및 6만 명의 간접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 150억 달러(약 20조 원)가 넘는 투자가 이뤄지는 반도체 공장 3곳을 승인했으며 앞서 지난해 6월에도 미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공장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2023~2024년 인도에서 반도체 팹 공장 프로젝트 1건, 후공정 공장 프로젝트 3건이 승인되며 반도체 산업이 발전 초기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인도의 스마트폰 및 반도체 산업 육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처럼 분석했다. 아울러 2024년 총선 이후에도 인도정부의 제조업 육성전략이 지속될 전망이기에 한국과 인도가 각국 정부 및 기업 간 협력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인도 반도체산업이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가치사슬의 다양한 부문에서 투자가 진행되는 점은 고무적이나, 국내 생산이 중단기적으로 수입의 큰 비중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인도정부가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추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보조금 제도를 확대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짚었다.

 

현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과거의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적극적으로 육성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 인도의 ‘기술 중심 10년(Techade)’을 주도해나갈 계획임을 표명한 바 있다. 인도가 향후 2~3년 동안 2~3건의 반도체 팹 프로젝트의 추가 유치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필요 시 관련 보조금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뉴델리=AP/뉴시스] 2024년 4월 현재 1989년 이후 집권 여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상황으로, 모디 정부가 특정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산업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국내외 기업 및 산업단체와 긴밀한 교류를 통해 정보 및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정책 개선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 중인 올해 총선에서도 승리가 유력한 모디 총리는 정책 공약집을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업 부문에 대한 육성전략을 지속해나갈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인도 집권당 선거 공약 발표 행사에서 인사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