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역 침체·철강 등 원자재 수급난·각국 행정력 부담 가중 등 영향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지속… 경기회복 시 수입규제 반등 우려도 상존

코로나19로 세계 수입규제 신규조사가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규제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이 쏠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6일 발간한 ‘2021년도 상반기 수입규제 현황 및 현안 점검’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2021년 상반기 중 신규 개시한 수입규제 조사는 1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6건에 비해 41%(97건)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의 신규조사 건수가 작년 상반기 111건에서 올해 40건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시장별로는 미국에서 76건이 21건으로, 인도에서 59건이 25건으로 신규조사가 가장 많이 줄었다.

한국을 대상으로 개시된 신규조사는 올해 상반기 총 9건으로 작년 상반기의 16건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34건이 개시된 중국과 10건이 개시된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수입규제 신규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규제 신규조사가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세계교역 침체 ▷철강 시황 개선에 따른 규제 완화 ▷일부 국가의 관세 미부과 조치에 따른 신규 조사개시 유인 감소 ▷팬데믹 대응으로 인한 각국 행정력 부담 가중 등을 꼽았다.

통계적으로 수입이 감소한 해로부터 약 2년 후 수입규제 신규조사 건수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2019년부터 감소세로 반전된 전 세계 수입이 지난해에도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둔화함에 따라 수입규제 신규조사 건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규제 신규조사에서 40%(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철강·금속에 대한 수입규제가 완화된 것도 올해 신규조사가 감소한 데에 큰 몫을 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에서 감산이 이뤄지고,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국제 철강 가격이 크게 오른 까닭이다.

특히 최대 제소국인 미국 내 철강 시황이 개선되면서 2021년 상반기 철강·금속에 대한 미국의 신규조사는 단 한 건도 개시되지 않았다. 미국은 철강제품에 대한 232조 조치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주요 철강제품 대부분의 수입을 규제 중이기에 추가적인 제소 유인도 적은 상태다.

이밖에 수입규제 판정에도 불구하고 최종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수입규제 제소와 신규 조사개시 유인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인도의 수입규제는 제소와 판정이 상무부에서 이뤄지지만, 최종 부과 여부는 재무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규제 부과 판정이 이뤄져도 실제 부과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상무부가 자국 산업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반면, 재무부는 국내 물가 안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인도는 작년 상반기에 새로 개시한 59건의 조사 가운데 34건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인도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고서는 “터키가 최근 수입규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신규 개시한 10건의 조사 중 3건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도 한국을 대상으로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할 위험이 있는 만큼 향후 관련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신규 수입규제 조사 건수가 감소하기는 했으나 이를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코로나19로 악화됐던 경기가 회복될 경우 수입규제 조치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한편, 무역협회는 이번 분석을 바탕으로 9월 16일 오후 4시 ‘최근 수입규제 동향 및 우리나라의 대응전략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참가신청은 무역협회 홈페이지(www.kita.net)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