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차 시대 도래와 함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직접지원 방안 도입이 본격화될 지 관심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반도체 재정지원 강화와 배터리 분야 생산세액공제 제도 도입을 밝히면서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에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김정관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이차전지 지원책을 마련·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 성장을 집중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수요와 연계한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설계·파운드리·패키징 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고른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 산업은 장기화되고 있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위기 극복과 글로벌 주도권 탈환을 위한 공급망 강화, 기술경쟁력 확보, 수요 창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출고일자 2025. 07. 17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7.17. kmn@newsis.com

주목되는 부분은 재정지원 정책의 변화다. 이 후보자는 반도체 기업 투자에 대한 재정·세제지원을 강화하고 배터리는 핵심 광물 및 소재 국내 생산에 대한 생산세액 공제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중국,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 공제를 통한 지원을 고수하고 있는데 지원 정책에 있어 변화를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인세 공제의 경우 기업이 투자를 한 뒤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투자된 이후 혜택을 받는데 시일이 오래걸리는데다 투자비용 대비 공제 혜택도 적다는 입장이다. 

반면 직접 지원 방안이 도입되면 기업이 투자한 만큼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어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고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어 현금흐름과 이익 측면에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직접 지원 방안이 어떤 식으로 현실화될 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재정지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인세 공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기업 자금 사정에 따라 직접 환급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나설 수도 있다. 

배터리 산업은 국내 생산·투자를 늘리는 방안으로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 발생 이전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가 급증했는데 이후 대폭 감소되고 있는 것에 대해 생산세액 공제 도입으로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출고일자 2024. 08. 26

[서울=뉴시스]

생산세액공제는 특정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식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외투 기업의 투자 확대, 기업의 생산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투자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먼저 받으면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고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약속한 10% 수준의 생산세액 공제 도입과 국내 생산·판매라는 조건으로 인해 정책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A업체 관계자는 "법인세 공제는 이익이 났을 때 기업이 낸 세금을 환급해주는 것인데 초기 투자가 많은 반도체, 배터리 기업의 경우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현재는 투자비용 대비 공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지역에 다수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 생산세액공제 도입 만으로 국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지 미지수"라며 "국내에서 생산, 판매된 제품에 대해 10% 가량 공제를 해준다는 계획인데 실효성이 있을 지 모르겠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에도 직접 지원 방식이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