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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양으로 번진 미중 무역전쟁… 등 터지는 K-조선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25-10-16
조회수 11
내용
상대국 선박에 입항수수료 부과 개시… 한화오션에도 튄 ‘불똥’
“해운산업, 국가정책의 직접적인 도구로… 중국, 조선업 무기화”


 
미중 무역 전쟁 리스크가 희토류와 반도체 수출통제를 둘러싸고 ‘관세 100% 부과’ 위협으로 도로 치솟는 가운데 무역 전선이 바다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중국 상무부는 화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산업 재건 노력에 대한 중국의 최근 비난에 따라 한국 조선업체 한화오션의 5개 자회사와의 중국 기업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한화 미국 계열사들은 한화해운 LLC, 한화 필리조선소 Inc.,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LLC, 한화해운 홀딩스 LLC, HS USA 홀딩스 Corp 등이다.

 
상무부는 또한 중국의 세계 조선업 지배력에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조사하고 있으며, 더 많은 보복을 조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조사가 중국의 국가안보와 해운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한화의 조사 관련성도 언급했다.

 
●쌍방 입항수수료, 조선업 전쟁 포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4년 4월 중국의 해운시장 지배력에 대해 무역법 301조 위반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에서는 중국이 불공정한 관행과 정책을 이용해 해양산업 지배력을 키웠으며, 이것이 미국 기업들에 부담을 지운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선박의 미국 항만 입항에 수수료를 부과했으며,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 선박에 입항수수료를 부과했다. 

 
이 조치가 지난 10월 14일 시행되면서 미중 해운 전쟁의 포문이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보도하며 “미국과 중국은 레저용 장난감부터 원유까지 모든 것을 운송하는 해운회사에 추가적인 입항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공해는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 간의 무역 전쟁에서 핵심 전선이 됐다”고 평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조선산업의 재건을 꾀하면서 이를 위한 재원 조달로 중국발 선박의 입항수수료를 내걸었다는 점이며, 둘째는 중국의 대미국 입항수수료가 사실상 한국이나 일본의 유조선을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미중 양국의 입항수수료 조치는 조선·해운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조선·해운산업이 무기화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리스의 선박 중개업체 엑스클루시브는 연구 노트에서 “이러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경쟁은 두 경제를 글로벌 물류 흐름 왜곡 위험이 있는 해운 수수료의 소용돌이에 빠뜨릴 것”이라며 “무역과 환경 정책의 무기화는 해운이 글로벌 상거래의 중립적인 통로에서 직접적인 국가정책의 도구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 리달(Reddal)의 부사장 쿤 카오 또한 “이제 중국은 조선업을 무기화했다”며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해양 지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3국 기업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강국 한국, 미중 경쟁 한가운데로

 
문제는 이러한 ‘조선업 무기화’로 거듭난 무역 전쟁에서 한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조선 강국인 한국은 중국의 지배력에 대응해 조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중국이 미국과의 해양산업 분쟁에서 한국 업체를 겨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약속하기는 했으나 이미 세계 조선산업에 대한 지배력이 위태로워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카드는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조선업체 이마바리의 히가키 유키토 대표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조선 협력에 대해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조선은 후방산업이 커 10만~20만 개의 부품이 필요한데 공급망이 전혀 없는 곳에 부품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업계는 미국과의 협업에 훨씬 전향적이다. 2024년 말, 한화오션은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 한화오션은 연간 생산량이 두 척이 될까 말까 한 이곳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부두를 추가로 설치해서 최대 20척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한화오션은 미 해군과 계약을 체결하고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및 정비 작업을 수행했다. 한화오션은 AP통신에 “중국 정부의 발표를 인지하고 있으며 회사에 미칠 잠재적 사업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또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조선산업 협력을 핵심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는 마스가(Make American Shipping Great Again, MASGA)라는 구호를 내세운 모자까지 제작해 선물하는 등 지극정성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의 투자금 중 무려 1500억 달러가 조선업 분야에 배정돼있을 정도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번 중국의 제재가 대상업체인 한화는 물론 관련 산업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 업계 대표 및 중국 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중국이 보내는 경고일 수도”

 
한편, 미국이 중국의 조선산업 지배력을 견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상업용 선박 건조에 여전히 중국 조선소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는 지난 9월 S&P 글로벌 데이터를 분석해 중국 조선소들이 2025년 1~8월 기간에 톤수 기준으로 전 세계 선박 주문의 53%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운영사인 MSC는 올해 4월 USTR이 항만 요금을 발표한 이후 중국에서 건조할 선박 12척을 주문했다. MSC는 하팍로이드, 머스크, CMA CGM 등 다른 해운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미국행 항로에서 중국 관련 선박을 거둬들이는 식으로 신규 수수료를 제한하거나 무효화했다.

 
CSIS의 중국 전력 프로젝트 연구원이자 보고서 작성자인 브라이언 하트는 “해운업체들은 대체로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이러한 정책이 중국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견제하고자 하는 중국의 조선업계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24년 전 세계 선박 주문량에서 톤수 기준 중국의 비중은 73%에 달한다. 다만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조선산업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겨냥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까지는 제재 범위가 미국 내의 한화 조선 부문 자회사들에 한정돼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중국이 더 과격한 수단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전문가들로부터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경고’의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쉬톈천 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제재에 대응하는 수준이던 중국 측 전술이 공세적으로 바뀌었다면서 “놀랍다”고 말했다. 특히,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데 대해 “미국 동맹국들에 미국과 너무 밀착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필라델피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시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 참석자들과 손뼉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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