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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진핑 사회주의 따라가는 트럼프의 ‘국가자본주의’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25-08-13
조회수 24
내용

 

맘에 안 들면 ‘적’ 간주해 숙청
수출 금지 풀어주고 대가 챙겨
연방정부가 수도치안에 군 동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중국의 사회주의를 닮은 국가자본주의’로 점진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을 견제하다가 ‘중국식’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식 국가자본주의로 나아가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취해온 일련의 조치와 정책을 분석해 이와 같이 보도했다.

 
●자신에게 반기 든 기관.인물엔 가차 없이 ‘칼질’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에게 반기를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기관을 가차 없이 다루고 있는데, 이 기사가 실린 WSJ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엡스타인 의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 WSJ와 그 소유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100억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자신의 거듭된 요구에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통계를 발표한 노동통계국은 수장이 교체압박을 받거나 실제로 교체됐다. 은행과 로펌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명문 하버드대는 교내 반유대주의 대처에 미흡했다는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사 연방 보조금을 삭감당했다. 결국 5억 달러(약 7000억 원)에 육박하는 벌금 성격의 합의금을 내고 각종 연방 보조금 지원을 복원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런 모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상대로 했던 것과 ‘데자뷔’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금융 혁신을 억압하는 중국의 규제 당국을 비판했다가 금융회사 앤트 그룹의 기업공개(IPO) 취소, 반독점 행위에 따른 28억 달러(3조900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등 냉혹한 보복을 당했다. 

 
●중국 공산당 ‘황금주식’ 모방한 US스틸 매각

 
중국은 민간 기업들이 공산당에 ‘황금주식(한 주만 보유하더라도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주식)’을 발행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US스틸 매각으로 확보한 황금주식도 이를 모방한 것으로 신문은 평가했다.

 
황금주식 조항은 대통령에게 미국 내 철강 생산 및 해외 경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과 이사 선임·해임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본인 또는 지명인이 이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으며, 차기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이 권한은 재무부와 상무부로 이관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권한을 행사하게 된 배경과 차기 대통령 때에는 정부 부처로 권한이 넘어가는 이유에 대한 언론의 질의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1년 반에 걸쳐 진행됐다. 그동안 국가안보 우려와 철강노조의 반발,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거래를 막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취임 이후 입장을 바꿔 이를 ‘양국 간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하며 승인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위해 141억 달러(약 19조3000억 원)를 납입했고, 2028년까지 추가로 110억 달러(약 15조 원)를 US스틸에 투자해야 한다.

 
●국가안보 위한 수출금지 풀어주고 대가 챙겨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특정 반도체를 판매하고 거둔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게 한 점도 ‘미국식 사회주의’의 사례로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엔비디아와 AMD가 대중국 반도체 칩 수출 허용 대가로 판매 수익의 15%를 미 연방정부에 내기로 한 계약의 당사자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와 협상에서 H20, AMD가 MI308 칩의 중국 판매를 허가해주는 대가로 판매수익 15%의 미 연방정부 이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과 유사한 AI용 하위 버전에 대해서도 중국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SCMP는 AMD도 엔비디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MI308 칩의 대중 판매수익 15% 이전 협상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그와 관련해 AMD가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가자본주의의 체계적·영속적 구현 시도 비판

 
워싱턴 소재 컨설팅업체 브런즈윅 그룹의 수석 고문인 크리스토퍼 파딜라 전 미 상무부 차관은 엔비디아와 AMD의 판매수익 15%에 대한 미 정부 이전 계약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수출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지 정부 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냉전 이후 미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사용된 8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통제하는 품목을 수출하려고 정부에 라이선스(허가) 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WSJ은 이런 일련의 조치와 정책들에 대해 “사기업의 결정을 국가가 이끄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혼합 형태”라며 이를 “미국적 특색이 있는 국가자본주의”라고 명명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방위생산법’,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구제 조치,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의 조치 등 국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전례는 일시적이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자본주의를 체계적·영속적으로 구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도 비판을 퍼부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 방식이야말로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자유무역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뿐더러 정부와 기업 간 전통적 관계의 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엔비디아와 AMD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중국과 거래하려는 이유에 대해 “사실 미 행정부의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으로 미국 기술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엄청난 중국 시장 규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군을 수도 치안에 활용

 
워싱턴 DC의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 직접 통제 하에 두고, 군을 수도 치안 강화에 활용한다는 방안은 ‘독재’ 시도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1일 이런 방안의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에 서명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워싱턴DC 시 경찰국을 연방정부 직접 통제 하에 둘 것”이라고 언급하고, 워싱턴 DC에서 공공 안전 및 법질서를 재확립하기 위해 주방위군(National Guard)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배치 규모로 일차적으로 800명을 거론한 뒤 필요하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방위군은 미국에서 각 주(州)의 주정부나, 워싱턴 DC처럼 주에 준하는 행정 단위의 자치 정부가 보유한 군대로, 유사시 연방 정부가 지휘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공원 경찰 등 약 500명의 법집행 요원들이 워싱턴 DC 순찰 업무에 투입된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워싱턴 DC의 경찰청에서 해오던 DC의 치안 업무를 연방정부가 사실상 ‘접수’하는 내용의 이번 발표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 쪽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리스 밸홀런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트럼프의 DC를 향한 원색적이며 권위적인 권력 쟁취는 전국적으로 커지는 위기의 일부”라면서 “그는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예행연습으로 우리나라의 수도에서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에게서 시진핑이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를 연상케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다분히 ‘중국식 사회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당의 주도 아래 ‘광속으로 건설되는 거대한 공학 국가’인 중국과 달리, 미국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적법절차 원칙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비효율’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처럼 민주주의적 가치와 핵심 요소들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기 일쑤인데, 이는 중국과 달리 미국이 ‘법률가적 장애물(lawyerly obstacles)’에 막혀있다가는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용한 것으로 WSJ는 추정했다.

 
WSJ은 그러나 국가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왜곡, 낭비, 연줄 등 부작용을 수반하며, 시장에 의한 자원의 분배와 비교한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성공을 거둔 것도 언뜻 국가 주도 같지만, 실상은 시장의 힘에서 나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 예로 시 주석이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했으며, 철강과 자동차 등의 초과 생산이 가격과 기업 이익의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WSJ은 “트럼프가 시진핑을 모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가자본주의가 미국에서 자본주의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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