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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과 일본, 대만은 어쩌다 ‘트럼프의 호구’가 됐나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26-02-18
조회수 34
내용

 

지나친 미국시장 의존도 약점
주한미군 등 지정학적 배경도


 
2월 들어 인도와 대만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최종 타결함으로써 주요국의 대미 관세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타결된 협상의 주요 내용을 보면 한국과 일본, 대만의 ‘동북아 3국’이 유난히 미국에 ‘매우 큰 양보’를 한 것이 눈에 띈다. 

 
세 나라는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산 제품도 사주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얻은 것은 ‘약간의 관세 인하’가 전부였다. 

 
이들 3개국은 어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멱살을 잡힌 채 ‘호구’가 됐을까.

 

 

●EU·인도·중국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관세협상에서 미국에 양보한 카드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대미 투자, 둘째는 미국산 제품 구매, 셋째는 미국산에 대한 시장 개방 및 비관세장벽 해소다.

 
먼저 대미 투자 약속을 보자. 

 
한국은 대미 협상에서 35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대만은 5000억 달러(약 736조 원, 기업 직접투자 2500억 달러 + 정부 신용보증 2500억 달러)로 각각 타결했다. 

 
세 나라의 대미 투자 약속 금액만 1조4000억 달러(약 1976조 원) 규모다. 

 
이 어마어마한 돈을 자국의 제조업 등에 투자해 미래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 돈을 미국의 미래 먹을거리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해 쓰기로 약속한 셈이다.

 
반면 27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럽연합(EU)의 대미 투자 약속 금액은 6000억 달러다. 1개국 당 222억 달러 수준이다. 동북아 3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인도는 대미 협상에서 투자 약속을 하지 않았다. 2월 7일 발표된 잠정적 무역협정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인도의 가장 큰 양보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 약속’이다. 

 
중국도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수출 통제 해제’와 ‘대미 보복관세 중단’ 등을 약속했을 뿐 대미 투자를 강요받진 않았다.

 
●EU·중국·인도의 미국산 구매 약속을 뜯어보면 ‘속빈강정’

 
다음으로 미국산 제품 구매를 보자. 

 
한국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LNG, 원유 등)를 의무적으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보잉사 항공기 100대 구매와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및 방어 장비 구매를 약속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공동 투자를 포함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도 약속했다. 

 
대만이 따로 미국산 구매 약속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산 구매 약속은 주로 EU와 중국이 내민 카드였다. 

 
EU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총 7500억 달러(약 900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LNG, 원유 등)를 구매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AI 칩 약 400억 달러 규모와 미국산 군사 장비 및 방어 물자 ‘상당 수준’을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최소 2,00만 톤의 미국산 대두를 의무적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산 수수, 목재, 육류 등의 수입도 재개하기로 했다. 

 
인도는 향후 5년간 석유·가스 등 에너지, 항공기·부품,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을 비롯한 미국산 상품을 약 5000억 달러(약 733조 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얼핏 EU와 중국, 인도가 ‘동북아 3국’보다 큰 규모의 미국산 물품 구매를 약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EU는 에너지 수입선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돌린 수준이고, 중국 역시 어차피 수입해야 할 대두의 수입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것이다. 

 
인도도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던 원유·가스 등의 수입선을 미국으로 바꾸고 필요한 물품을 사오면 되는 것이다.

 
●비관세 장벽 낮추라는 압박에 우는 한국

 
세 번째인 시장개방과 비관세 장벽 부문을 보면 한국과 대만의 경우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한 상태여서 추가 시장개방 합의는 없었고 일본은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쌀 시장을 개방(쌀 수입 75% 확대)하고 옥수수,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약 80억 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해야 했다. 

 
한국은 비관세 장벽과 관련, 식품 및 농산물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등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미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EU는 미국산 공산품 전반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양보를 했고 농업 및 비관세 장벽 완화도 약속했다. 

 
중국은 눈에 띄는 시장개방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약속이 없었고 인도는 모든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기로 약속했다. 또 사료용 곡물·과일·대두유·견과류·와인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하고 미국산 농산물·의료기기·통신장비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해결하기로 했다.

 
요약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무기로 한 압박에 ‘동북아 3국’이 다른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 비해 큰 양보를 한 것이다. 말이 좋아 ‘양보’지, 거의 일방적으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 세 나라는 어쩌다 ‘트럼프의 밥’이 됐을까.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협상에서 취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엄청난 양보를 얻어낸 관세협상에서 휘두른 무기는 “관세” 하나였다. 

 
“내가 만족할 만한 협상안을 갖고 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엄청난 관세를 물어야 할 거야.” 

 
그는 먼저 고율 관세를 부과해 놓고 자신을 만족시키는 협상안을 제시하면 관세를 깎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마치 중세시대 제국이 주변의 번국에 조공을 바치라고 하면서, 조공이 맘에 안 들면 침략해서 그 나라를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비슷한 그림이었다.

 
이 방식에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 한국, 일본, 대만의 동북아 3국이었다. 이 나라들은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약점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잘 알았다. 

 
한국의 미국시장 의존도는 2024년 18.7%, 2025년 17.3%였다. 일본이 미국시장 의존도는 2025년 기준 21.5%로 추산된다. 대만의 미국시장 의존도는 30%를 넘는다(2025년 기준 30.9%). 

 
세 나라는 미국이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놀란 나라였을 것이다. 

 
결국 협상 보따리를 잔뜩 싸들고 먼저 미국을 찾은 나라는 일본이었고 일본이 미국과 협상하면서 양보한 내용이 ‘표준’이 돼 한국과 대만은 ‘유사한 수준’으로 맞췄다. 

 
이러다 보니, 양보안이 과하게 높았다. 어쩌면 트럼프가 노렸던 ‘메이크 인 어메리카’에 가장 적합한 기술과 자금을 가지고 있었던 게 ‘원죄’였을지도 모른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던 나라들

 
세 나라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미 교역에서 2024년 556억 달러, 2025년 495억 달러의 흑자를 봤다.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2025년 약 720억 달러(약 10조 엔)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만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2025년 약 650억 달러(약 9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불과 3~4년 전과 비교하면 2~4배 이상 폭발적으로 급증한 수치다. 

 
결국 이러한 대미 무역흑자는 이들 3국이 미 행정부의 주요 타깃이 된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에 “노”라고 말할 수 없는 지정학적 취약점

 
이런 경제적인 이유 외에 지정학적인 배경은 더 결정적이다. 세 나라 모두 미국에 군사적으로 절대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미국에 결코 “노”라고 말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이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전쟁 억지력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이 ‘약점’을 잘 안다. 

 
일본 역시 미국의 핵우산 아래 보호를 받고 있으며, 2차 대전 패망 이래 국가 재건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힘입은 바 있어 ‘플라자 합의’ 같은 치욕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대만은 중국이 호시탐탐 합병을 노리는 현실에서 미국에 더 많은 것을 내주더라도 중국의 위협을 막아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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