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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러·중 이어 미국도 수출 빗장 만지작… 글로벌 ‘경유 대란’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힌국무역신문
등록일 2026-10-03
조회수 16
내용

 

러·중 이어 미국도 수출 빗장 만지작… 글로벌 ‘경유 대란’

 


미국과 유럽의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잇따라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경유 공급난이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경유 수출국인 미국마저 수출 제한을 검토하면서 각국이 자국 물량 확보에 나서는 이른바 ‘글로벌 경유 각자도생’ 시대가 됐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유 수출금지 가능성을 지렛대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비상 비축유를 시장에 풀 것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동의 공급 감소를 미국산 경유가 메워온 상황에서 미국까지 수출을 막을 경우 유럽과 중남미 등 경유 수입국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 경유가격 갤런당 6달러 돌파… 사상 최고 수준

 
글로벌 경유 대란의 진원지는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시설 및 수출 차질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 경유 평균 소매가격은 9월 21일 갤런당 6.529달러까지 치솟은 뒤 28일에도 6.382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갤런당 2.63달러 높은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갤런당 8.181달러에 달했다.

 
경유는 승용차 연료에 그치는 휘발유와 달리 트럭과 철도, 농기계, 건설장비, 제조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난방유와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경유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농산물·공산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겨울철 난방비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가격뿐 아니라 재고다. 미국의 경유를 포함한 중간유분 재고는 계절 기준으로 40여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EIA는 올해 말까지 재고가 1억 배럴 아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정유업체들이 높은 마진을 노리고 사실상 최대 수준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도 재고를 충분히 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중동 공급 끊기자 미국이 ‘세계 경유 공급기지’로

 
글로벌 공급난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 이전 러시아와 중동은 합쳐서 전 세계 해상 경유 수출의 약 20%를 담당했지만 중동 정유시설 가동 차질과 물류 혼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등으로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이 미국이다. 시장조사업체 Kpler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경유 수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하루 약 130만 배럴에 달해 세계 해상 경유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미국 의존도는 특히 높아졌다. S&P Global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의 대유럽 경유 수출은 하루 약 36만 배럴로 전쟁 이전 약 25만 배럴에서 크게 늘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8월 전체 경유 수입 가운데 미국산 비중이 62~72%에 달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이란전쟁으로 중동산 공급까지 흔들리면서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트럼프, 경유 수출금지 카드… 유럽에는 “비축유 풀어라”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경유가격을 낮추기 위해 경유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경유 수출금지 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전면 또는 부분적인 수출제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 행정부 관계자들은 전면적인 수출금지가 지나치게 거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유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국내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독일과 프랑스에 비상 경유 비축분을 시장에 방출해 국제가격을 낮추는 데 동참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경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 유럽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EU에 향후 6개월 동안 경유 1억2000만 배럴을 방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EU 회원국들이 보유한 비상용 경유·가스오일 재고의 40%를 넘는 규모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EU 전략 경유 비축량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압박이 두 나라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합의한 비축유 공동 방출에서 미국이 이미 1억7200만 배럴을 부담한 만큼 유럽도 약속한 몫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국가들은 실제 비축유 추가 방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와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아일랜드 관계자들이 1일 회의를 열었고 EU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에너지 태스크포스도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G7 정상 화상회의를 열어 IEA와 연계한 비축유 방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세계 2위 러시아도 수출금지 연장

 
글로벌 경유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러시아다.

 
세계 2위권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 정부는 당초 9월 말까지였던 생산업체의 경유 수출금지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들이 잇따라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연료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반복적으로 제한해왔다. 일부 옛 소련 국가와 몽골 등 정부 간 협정에 따른 공급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경유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수출 제한 이전에는 튀르키예와 브라질 등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해왔다. 

 
러시아산 경유가 국제시장에서 빠지면서 이들 국가까지 미국과 아시아산 물량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기대했던 중국마저 수출 중단… 세계시장 ‘설상가상’

 
세계 경유시장에 마지막 공급 여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도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주요 정유업체들에 10월 석유제품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연가스(PetroChina)는 일부 10월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 물량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지난 3월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했다가 7월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8월 경유 수출량은 하루 약 32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 수준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와 중동의 공급 부족을 일부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국내 재고 확보를 우선하면서 상황이 반대로 전개됐다. 중국의 수출 중단 소식이 알려진 뒤 국제유가와 아시아 석유제품 가격에도 다시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원유는 돌아오는데 경유는 없는 ‘역설’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특징은 원유와 경유의 공급 상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은 상당 부분 정상화되고 있다. 9월 걸프지역 원유 수출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유제품 공급은 여전히 크게 위축돼 있다.

 
결국 현재의 문제는 단순한 ‘원유 부족’보다 원유를 경유·휘발유·항공유로 바꾸는 글로벌 정제능력의 부족에 가깝다.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시설이 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데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정유공장들은 이미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생산 여력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원유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경유가격이 같은 속도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마저 수출 막으면 ‘도미노 충격’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경유 수출금지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미국 내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수출길이 막히면 미국 내 경유 저장시설이 빠르게 차면서 정유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처리하면 경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항공유 등 여러 제품이 동시에 생산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유 때문에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추면 휘발유와 항공유 생산까지 감소해 오히려 전체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해외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현재 멕시코·브라질·칠레가 미국 경유 수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가져가고 있으며 유럽 역시 약 4분의 1을 수입한다. 미국이 공급을 차단하면 이들 국가가 제한된 물량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 2위권 공급국인 러시아가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마저 시장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중동 정유시설의 정상화도 지연되고 있다. 

 
결국 세계 최대 공급국인 미국까지 수출에 빗장을 걸 경우 국제 경유시장은 대체 공급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내년까지 공급난 지속 가능성”… 경유발 인플레 경고

 
시장에서는 이번 경유대란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유 선물과 원유가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는 지난달 배럴당 118.62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유가격도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로이터가 업계 관계자와 저장시설 동향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글로벌 경유 공급난은 적어도 겨울까지 이어지고, 정상화가 2027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EIA 역시 중동의 석유제품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중간유분 가격이 현재 전망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유는 세계 물류와 산업의 ‘혈액’에 해당한다. 트럭과 선박, 농기계와 건설장비가 움직이는 데 들어가는 연료 가격이 오르면 그 비용은 결국 상품가격에 전가된다.

 
따라서 현재의 경유대란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물류비와 식품가격, 제조원가를 통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는 변수다.

 
●한국에 경유 수출 호재지만... 정부 물량 제한에 한계

 
시장 여건만 놓고 보면 이번 ‘글로벌 경유 대란’은 한국 정유업계와 석유제품 수출에 상당한 호재다. 

 
다만 정부의 석유제품 수출 물량 제한 때문에 그 호재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한국은 원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세계 5위권의 대형 정제국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하루 정제능력은 약 320만~330만 배럴이고, 올해 1~5월 석유제품 수출 1억8801만 배럴 가운데 경유가 7636만 배럴(4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경유 대란은 한국 정유업계에 호재다. 특히 경유 가격이 원유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출 중단은 한국에는 이중 호재다. 

 
중국은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 공급자다. 중국 물량이 사라지면 한국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정제마진도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도 사실상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내 석유제품 수급 안정을 위해 정유사들의 수출 관리 물량을 전년 동기 100% 수준으로 제한했다.

 
해외 가격이 아무리 높아져도 국내 공급을 줄이면서 수출량을 대폭 확대하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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