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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흥국·유럽 잠식한 중국… "한국 주력산업 벼랑끝"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힌국무역신문
등록일 2026-10-08
조회수 14
내용

 

신흥국·유럽 잠식한 중국… "한국 주력산업 벼랑끝"
산업연구원 보고서 "미국 막히자 중국 수출물량 쏟아져 한국산 잠식"

 

미국의 무역장벽에 막힌 중국 수출물량이 유럽과 신흥국으로 향하면서 이 시장들에서 한국 제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가려진 자동차·배터리·가전 등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직시하고, 첨단기술 확보와 생산비용 개선, 신흥시장 현지화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8일 발표한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업이 낮은 가격과 대규모 물량을 앞세워 유럽과 아세안·중동·중남미·아프리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차이나 레드웨이브(China Redwave)’로 표현했다. 

 

▲인공지능이 만든 '차이나 레드웨이브 이미지'


 

●미국의 중국 의존도 하락… 교역은 ‘거대한 재배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상품무역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5%에서 최근 15%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의 상품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도 25%에서 1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감소가 미국의 전반적인 수입 축소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보고서가 인용한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4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655억 달러 감소했지만,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은 1926억 달러 늘었다. 

 
베트남과 대만,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도 각각 872억 달러, 738억 달러, 600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의 수입 공급선이 기존 주요 교역국으로 옮겨가는 ‘거대한 재배치’가 나타난 셈이다. 

 
베트남에서는 통신장비·노트북·저장장치, 멕시코에서는 서버·자동차, 대만에서는 서버·비메모리 반도체가 주요 수출품으로 부상했다.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상당 물량이 대만을 거쳐 서버 형태로 미국에 공급돼, 미국의 대한국 수입통계만으로는 반도체의 실제 기여도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적자 확대에는 통상정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반도체·전자제품 수요 급증(AI Trade)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배터리·가전 수입시장서 중국 압도

 
한국 산업에 더 직접적인 위협은 중국의 유럽·신흥시장 공략이다.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중국 제조업이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물량 증가와 수출단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상품무역통계(UN Comtrade)에 따르면 배터리 수입의 중국산 비중은 인도 86%,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각각 80%, 필리핀 71%에 달했다. 

 
가전도 말레이시아 77%, 태국 76%,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각각 75%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산 배터리·가전 수입시장 점유율은 조사 대상국 대부분에서 4% 이하에 그쳤다.

 
자동차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인도네시아 42%, 태국과 말레이시아 각각 41%였으며, 기계는 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베트남 45%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는 베트남의 경우 2023년, 나머지 국가는 2025년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입지를 유지한 분야로 조선, 시장으로는 멕시코와 인도를 꼽았다. 

 
조선에서는 안보 요인이, 멕시코에서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원산지 규정이, 인도에서는 현지 산업 육성과 수입대체 정책이 중국과의 경쟁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유럽도 중국산 확대… 전기차 관세 이후 하이브리드 증가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수입액은 2015년 3564억 달러에서 2025년 7248억 달러로 약 두 배 늘었다. 

 
EU 역외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8.7%에서 22.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EU의 대한국 수입액 역시 430억 달러에서 870억 달러로 증가했지만, 중국산 수입 증가액은 한국산의 약 8배에 달했다. 

 
특히 EU의 배터리와 태양광 관련 역외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각각 90%, 98%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배터리 규정 등을 마련해도 중국산을 대체할 공급 역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한 상계관세 시행 이후에는 해당 차량의 대중국 수입이 소폭 줄고 한국산 수입이 늘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HEV)로 수출 품목을 전환하면서 이들 차량의 수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조선·무기체계, 화장품·바이오시밀러 등이었다. 

 
다만 GLP-1 계열 원료·의약품 수입에서 중국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첨단 반도체 지키고 신흥시장 현지투자 확대해야” 

 
보고서는 대응 방향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 유지, 산업의 비용 경쟁력 개선, 신흥시장 현지화 투자 확대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AI 패권 경쟁 속에서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실증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시설투자의 분야와 위치, 시점, 규모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반도체·바이오·핵공학·우주항공의 경쟁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원자력발전소와 입자가속기 투자를 확대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흥시장에서는 과감한 현지화 투자를 통해 완제품 시장의 점유율을 유지·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동차·가전 등 최종재 시장에서의 입지가 반도체를 비롯한 고급 중간재의 판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며 “반도체 특수로 가려진 K-자형 산업 양극화 현상은 우리 내부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기보다 지난 20년간 지속된 중국 제조업 고도화라는 대외 변수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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