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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유 공급난·국제유가 급등이 불러온 글로벌 ‘나비효과’
분류 주간무역뉴스
출처
등록일 2026-05-06
조회수 28
내용

 

미국, 원유 수출 급증으로 ‘떼돈’
아시아·아프리카, 에너지·식량난
유럽, 이웃나라로 ‘원정 주유’ 붐


 
중동 전쟁으로 원유 공급난이 심화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원유 수출로 ‘떼돈’을 벌게 됐지만, 유가 폭등 부메랑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에선 나라마다 기름 값 차이가 심해지자 이웃 나라로 주유하러 떠나는 ‘원정 주유’가 성행하는 이색 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각국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번 전쟁이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중동산 원유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반다르 아바스 인근의 호즈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시아 유조선 북적대는 미 항구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유조선들이 미국으로 몰려들면서 미국의 4월 원유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도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선박 데이터 정보 업체 크플러(Kpler)의 자료을 인용해 미국의 4월 원유 수출량이 하루 520만 배럴로 전쟁 이전인 2월의 390만 배럴보다 약 33% 증가했다고 3일 보도했다. 

 
켄트 브리튼 크플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매일 50~60척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미국 항구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 선박 상당수는 전쟁 전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했던 아시아 국가의 선박들이다. 중동 공급 차질로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다만 아시아 구매자들의 선박 항로 변경은 영구적인 것이 아닌 전시 위기 상황에 따른 조치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대부분의 정유시설이 중동산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미국산 경질유는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베네수엘라의 4월 원유 수출량이 하루 123만 배럴을 기록하며, 월별 수출량 기준으로 2018년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도 고통… “트럼프 책임” 절반 넘어

 
중동 전쟁 전 배럴당 73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는 한때 126달러까지 치솟았고, 이후 111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쟁 전보다 크게 높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월 갤런당 3달러 아래였던 휘발유 가격은 4월 말 4.30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이번 전쟁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미국 더힐에 따르면 퀴니피액 대학교가 4월 중순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1%가 유가 급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특히 대선 승부처인 중도층에서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다. 무당파 유권자의 53%가 유가 폭등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미국은 경제적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다. 소비 지출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고용도 강력하며 성장세도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 수준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가 침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밝힌다.

 
●아시아·아프리카, 상대적으로 큰 피해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개월 동안 지속되는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섬유 공장들이 문을 닫고 아일랜드·폴란드·독일에서는 항공기들이 발이 묶였으며, 베트남·한국·태국에서는 에너지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미국보다 다른 나라들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부펀드 규모만 2조 달러를 넘는 세계 최부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는 미사일 공격으로 가스전이 손상되고 호르무즈 해협 해상 운송이 중단된 여파로 미국에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가장 혹독한 경제적 고통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겪고 있다. 

 
현재의 연료·비료 가격 급등은 올해 하반기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아프리카에서 “식량 불안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분쟁으로 수백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의 철강 공장들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수요 감소 우려로 생산을 줄였다. 이는 실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로 이미 타격을 받은 중국의 장난감 공장들은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면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송금하는 인도 노동자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채 현지에 발이 묶여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올여름 예정했던 비행편 2만 편을 취소했다. 항공유 가격이 2배로 뛰면서 세계 상위 20개 항공사 모두 항공편을 줄였다. 항공편 감소로 관광과 출장이 크게 줄면서 호텔·식당·소매점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있다.

 
●자동차 기름 넣으려 국경 넘는 유럽인들

 
유럽에선 상대적으로 기름 값이 싼 이웃나라로 ‘원정 주유’가 성행하고 있다. 

 
솅겐 협약 덕분에 대부분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 이동 시 자유로운 국경 통과가 가능한 까닭에 평소에도 유가가 비싼 나라 주민들이 이웃 나라로 ‘원정 주유’를 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가 부담이 더 커지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고 네덜란드 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유류세와 유통구조,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수입 비용 차이 등으로 인해 나라 별로 유가가 천차만별이다. 

 
지난 2일 기준으로 1L당 휘발유 가격이 2.62유로(약 4500원)에 달한 네덜란드의 경우 이란 전쟁 직후 유가가 급등하자 벨기에에서 기름통을 채우고 돌아오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벨기에 주유소에서도 L당 휘발유 값이 이란 전쟁 이전 1.4유로(2420원) 선에서 현재 1.9유로(약 3300원)에 육박해 크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네덜란드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동부와 국경을 접한 독일 역시 지난 1일을 기해 유류세를 낮추며 네덜란드 휘발유 가격과 차이가 더 벌어지자 독일행 원정 주유도 늘기 시작했다. 

 
독일은 2개월 간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하며 L당 휘발유 값이 17센트(약 294원) 하락했다. 현재 독일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1유로(약 3640원) 선이다.

 
독일 동부 소비자들의 경우 이웃 폴란드 국경을 넘어 기름통을 채우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L당 휘발유 가격이 6.14즈워티(약 1.45유로·약 2천510원)로 독일보다 현저히 낮다.

 
●호르무즈 열려도 이전으로 못 돌아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에너지 공급망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적 변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에너지 업계는 더 이상 과거처럼 이 수로에 의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 각국은 해협을 우회하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 연료를 수입하는 국가들도 다른 공급원 확보에 나섰고, 석탄 등 대체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드르 자파르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특사는 “미사일이 떨어지고 드론 공격이 시작된 순간부터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미 수년 전 구축한 송유관을 가동해 생산 원유 상당 부분을 해협 밖 항구로 실어 나르고 있다. 

 
이라크도 최근 정치·군사적 갈등으로 중단됐던 튀르키예행 송유관 가동을 재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란·베네수엘라 특사를 지낸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2030년이나 2035년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시장은 결국 대안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사우디와 UAE의 기존 송유관·저장시설·항만을 확장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대부분의 걸프 국가들은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다른 해안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라크는 시리아를 거쳐 지중해로 연결되는 신규 송유관 건설을 검토 중이나, 과거에도 유사 프로젝트는 정치적 갈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1980년대 건설된 이라크-사우디-홍해 송유관 역시 1990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에너지 수입국들도 페르시아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하거나 원전 재가동 검토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고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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